이번 포스팅에서는 정부가 야심차게 발표한 주택 270만호를 공급한다는 국민 주거안정 실현방안 8·16 대책에 어떤 내용들이 담겼는지 주요 내용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정부가 지난 8월16일 국민 주거안정 실현방안이라는 270만호 주택 공급대책을 발표했습니다. 그동안 대출이나 세금 등의 규제 완화 정책 등을 많이 발표했었는데, 신규 주택을 공급하는 방안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내용들은 대부분 대통령 선거 때 제시한 공약과 비슷했지만, 무려 주택 270만 가구를 짓는 새 정부의 청사진인 만큼 너나할것없이 이 발표를 '8·16 공급 대책'으로 부르며 분석하고 그 내용들을 이야기하기 바빴습니다.
이번 8·16 대책의 핵심을 요약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국민주거 안정 실현 5대 전략
① 도심공급 확대
· 신규 정비구역 지정 확대: 5년간 전국 22만호, 서울 10만호
· 재건축부담금: 면제금액 상향, 공공기여 사업장 감면제도 도입
· 안전진단: 구조안정성 하향, 공공기관 적정성 검토 미적용
· 민간 도심복합사업: ‘23.上 지자체 공모 착수
② 주거환경 혁신 및 안전 강화
· 신규택지: 15만호 신규 발굴, 10월부터 순차 발표
· GTX: A노선 ‘24.6월 이전 조기개통, B·C노선 조기착공
· 1기 신도시: 마스터플랜 ‘24년 중 수립
· 재해 대응: 재해취약주택 거주자 주거지원 종합방안 연내 마련
③ 공급시차 단축
· 통합심의: 민간정비사업 등에도 통합심의 전면 도입
· 신규택지(100만㎡이하): 지구지정과 계획수립 절차 통합
④ 주거사다리 복원
· 청년원가/역세권첫집: 총 50만호 공급, 연내 3천호 사전청약
· 내집마련 리츠(임대로 살면서 자유롭게 분양받는 모델): 12월 시범사업
⑤ 주택품질 제고
· 층간소음: 바닥두께 강화시 분양가 가산 등 비용인정
· 공공임대: 신규주택 평형 확대, 노후임대 정비 본격화
‘23~’27년간 공급계획 ( 향후 5년간 270만호 공급 )
· 서울 50만호 : 최근 5년보다 50%이상 많은 인허가 물량
· 수도권 158만호, 수요가 많은 지방 대도시에도 52만호 공급
이번에 발표한 주거 안정 대책은 2027년까지 약 5년 동안 전국에 주택 270만 가구를 신규 공급하겠다는 것입니다. 공급 규모도 대선 공약이었던 ‘250만 가구’에서 20만호 늘어난 수치인데요. 지역별로 보면 서울에는 50만 가구, 서울을 제외한 수도권에 108만 가구, 비수도권에 112만 가구를 공급할 예정입니다.
5년 동안이란 기간에 270만 호를 짓는 것은 역대 부동산 정책을 봐도 쉽지 않은 계획인데요. 정부가 이렇게 많은 집을 새로 확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선택한 것이 바로 규제 완화와 민간 개발 활성화입니다. 즉, 신규 주택 개발이나 정비사업을 하는데 있어 걸림돌이 되는 각종 규제를 풀어주겠다는 건데요. 이렇게 규제를 푸는 동시에 민간 기업에 여러가지 혜택을 제공하면 민간 개발도 활성화될 것이라고 보는 것이죠.
이는 이전 정부가 공공 주도로 해서 무리하게 주택 공급 정책을 추진한 것과는 상반되는 정책 방향입니다. 지난 정부가 발표했던 신규 주택 공급 물량은 3기 신도시(30만 4000가구), 수도권 중소 규모 공공택지(41만 3000가구) 등 공공 주도 개발이 많았는데, 이에 못지 않게 주민 반대로 인해 추진된 개발 사업이 좌초된 것도 많았습니다. 따라서, 시장에서는 이러한 민간 주도 개발 활성화 정책 방향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보고 있는 것 같습니다.
또한, 이번 발표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재건축·재개발 관련 대책입니다. 정부는 2023년부터 2027년까지 5년 동안 서울 지역 10만 가구를 포함해 전국 22만 가구의 재건축·재개발 사업 지구를 지정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그동안 재건축과 재개발 사업을 더디게 했던 규제들을 대폭 완화할 예정입니다.
이를 위해서, 우선 재건축 사업의 경우 부동산 소유자들이 재건축으로 얻은 이익의 일부를 국가에 반환해야 한다는 규제인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부터, 재건축을 할 때 꼭 통과해야 하는 안전진단 기준도 수정할 계획입니다. 이전 정부에서 재건축 관련해서 안전진단 기준을 강화하는 바람에 예전이면 안전진단 기준으로 재건축이 시행되었어야 할 단지들이 상당수 재건축 불가 판정이 났었기 때문에 재건축 관련해서는 꼭 정비해야 부분입니다.
그리고, 기존에 공공 주도로 도심을 개발할 때만 부여했던 용적률 한도 상향, 세금 감면 등의 혜택을 민간 기업에도 줄 수 있도록 할 계획입니다. 이런 혜택들을 주면 민간 개발 사업자들이 기존 부동산 소유주들과 협력해서 노후 역세권 등 도심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는 계산인거죠.
정부에서는 중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주택 공급 기반을 확보하기 위해 새로운 택지 후보지도 발굴하기로 했습니다. 내년까지 15만 가구를 지을 수 있는 공공 택지를 발굴하겠다고 밝힌 바 있는데요. 하지만 신도시와 같은 대규모 택지 개발이 아닌, 콤팩트 시티라는 개념으로 역세권을 중심으로 고층 건물들을 지어 각종 기능을 집중시키는 방식을 추진할 예정입니다. 이는 수도권과 지방의 철도역을 중심으로 개발 밀도를 높이겠다는 것인데요. 역에서 반경 300m에 해당하는 역세권에는 고층 건물을 올려서 복합쇼핑몰, 오피스, 복합 환승센터 등 각종 업무·편의 시설을 마련하고, 600m 이하 역세권에는 청년주택을 짓고, 600m를 넘어가는 배후 지역에는 대단지 아파트 위주의 주거지역을 만드는 식으로 밀도 높은 개발을 한다는 계획입니다.
콤팩트 시티 계획은 우선 기존에 지정된 3기 신도시(남양주 왕숙, 인천 계양, 부천 대장, 하남 교산, 고양 창릉) 중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역이 있는 일부 지역에 시범 적용할 예정입니다. 고양 창릉의 GTX역 주변(10만 2000㎡)에는 호텔, 방송·전시문화시설과 1600가구 규모의 주상복합 아파트를 짓고, 남양주 왕숙의 GTX 역세권(27만 9000㎡)에는 쇼핑몰, 대형 오피스, 주상복합 아파트 1500가구를 지을 예정이며, 이외의 후보지는 올해 10월부터 발표할 계획입니다.
이번에 발표한 정부의 대책은 중장기적인 대책이 많은데요. 그중에서 가장 먼저 공급될 주택은 상대적으로 시급하면서도 공급 기간이 짧은 청년 원가주택·역세권 첫집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청년 원가주택과 역세권 첫집 정책은 원래 따로 수립됐는데, 원가 주택은 건설 원가 수준의 저렴한 분양 가격을 강조했고, 역세권 첫 집은 공급 대상지가 역세권이었을 뿐 결국 청년층에 좋은 입지의 주택을 싸게 공급하겠다는 취지가 같아서 통합하기로 했다고 합니다. 정부는 5년간 이러한 주택을 50만 가구를 확보하겠다고 발표했는데요. 주택을 확보하는 방법은 민간에 혜택을 제공하는 방식입니다. 재건축 용적률 상한을 현행 300%에서 500%로 높여주는 대신, 청년이나 신혼부부에게 저렴하게 공급할 공공주택을 정부가 받아서 싸게 분양하는 것이죠. 이외에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소유의 땅에 신규 주택을 짓는 방식도 병행하기로 했습니다.
청년 원가주택·역세권 첫집은 집을 지을 때 들어가는 건설 원가 수준인 ‘시세 70% 이하’ 가격에 공급할 계획입니다. 또한 상환 기간을 40년 이상으로 정한 ‘초장기 주택담보대출’을 낮은 금리로 지원한다는 것도 이번 발표에 포함된 내용입니다.
이처럼 상대적으로 공급기간이 짧은 청년원가주택·역세권 첫집은 당장 올해부터 공급 절차가 시작됩니다. 정부는 고양 창릉, 부천 대장, 남양주 왕숙 등 3기 신도시에서 올해 안에 3000가구 규모의 사전청약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으며, 공급 대상은 청년, 신혼부부, 생애 최초 주택 구입자 정도가 될 전망입니다.
하지만, 시세보다 싸게 산다고 좋은 점만 있는 것은 아닌데요. 저렴하게 분양받은 대신, 나중에 집을 팔 때는 집값이 올랐어도 시세 차익 전부를 가질 수 없고, 정부에 차익 일부를 돌려줘야 합니다. 시세보다 싸게 샀으니 시세 차익도 그만큼만 가져가라는 것이죠. 그리고, 집을 분양받은 사람은 최소 5년은 거주한 다음에야 집을 팔 수 있고, 이때도 공공기관에 되팔도록 할 예정입니다.
당장 집을 구입하기 어려운 서민을 위해서는 저렴한 보증금을 내고 최장 10년간 임대로 거주하면서, ‘분양 여부나 시기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분양 전환형 민간임대주택(내 집 마련 리츠)’도 시범 공급할 예정입니다. 먼저 분양가의 절반 정도를 보증금으로 내고, 나머지 절반은 집을 분양받을 때 주택 가치로 납부하는 방식입니다.
이번 주택 공급 발표에 대해서는 정부가 신규 택지와 도심을 개발하겠다고는 했지만, 구체적인 지역과 시기는 밝히지 않았고, 재건축·재개발 관련 규제 완화나 청년원가주택·역세권 첫집 등도 구체적인 구현 방법은 제시하지 않아서 시장에서 바라보는 시각은 그렇게 호의적이지만은 않습니다. 실제로 1기 신도시 재건축 정비사업 관련해서는 오히려 일정을 뒤로 미룬 것이 아니냐는 여론과 1기 신도시 주민들의 질타를 받아서 해명 보도까지 해야 했습니다.
일단 9월부터 ‘청년 주거 지원 종합대책’을 비롯해 이번에 발표한 대책들이 하나씩 구체적으로 발표될 예정인데요. 정부에서 얼마나 계획을 구체화시켜 진행할지 지켜봐야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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