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놀자’ 숙박정보 빼낸 ‘여기어때’ 전 대표, 대법서 무죄 확정

  안녕하세요. 인터넷과 모바일이 발전하면서, 그만큼 데이터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는 요즘입니다. 데이터(정보)는 곧 돈이라고 할 수 있죠. 그런데, 최근 대법 판결에서 이런 내용에 혼선을 줄 수 있는 판결이 나와서 화제가 되고 있는데요. 판결은 숙박·여행 플랫폼 업체인 야놀자와 후발 경쟁사인 여기어때의 법정 다툼에 대한 내용입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야놀자와 여기어때 두 회사 사이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그리고 판결의 내용 등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숙박 플랫폼 야놀자와 여기어때

 

  사건의 발단은 숙박·여행 플랫폼 업계의 후발주자라고 할 수 있는 여기어때라는 회사가 선두업체인 야놀자가 구축해 놓은 숙박업소 목록과 관련 정보를 대량으로 복제하여 자신들의 플랫폼에 게재한 것인데요. 이에 야놀자 업체는 여기어때가 자신들의 서버에 1,600만 회 가까이 침입해서 야놀자에 게시된 숙박업소의 업체명과 주소, 할인 금액 등의 관련 정보를 무단으로 복제해 갔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는 블로그 포스팅을 하는 이들에게도 익숙한 용어인 '크롤링(crawling)'이라는 기술을 이용한 방법입니다. 특정 프로그램을 통해서 자동으로 인터넷 웹페이지를 돌아다니면서 필요한 정보를 수집하는 것을 말하는 건데요. 이를 통해서 야놀자의 숙박업소 정보를 수집하여 자신들의 자료로 사용한 것이죠.

 

  그런데 최근에는 크롤링으로 후발 업체가 선두 업체의 데이터를 손쉽게 확보하는 사례가 늘어나서 이처럼 법정 다툼으로 비화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는데요. 이는 선두 업체가 소비자들을 위해 온라인에 올려둔 자료가 공개되어 있기 때문에 가능한 부분입니다. 이렇게 다른 회사가 힘들게 수집하여 만들어 놓은 자료를 그냥 가져오는게 공평해 보이지는 않는데요. 크롤링을 통해 선두 업체의 데이터를 가져오는 업체들은 '공개된 데이터를 가져와서 재가공해서 활용하는 것이니 문제 될 것 없다'라는 입장이기 때문에 문제가 되고 있는 거죠.

  야놀자 입장에서는 여기어때가 1,600만 회 가까이 서버에 침입해서, 데이터를 무단으로 복제해 감으로써 제작자의 권리를 침해했고, 이 과정에 서버에 부하가 걸려서 소비자가 서버에 접속하지 못해 피해가 발생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반면에, 여기어때 측에서는 자신들이 가져간 데이터는 어차피 외부에 공개되어 있어 누구나 자유롭게 접근 가능한 정보였고, 꼭 야놀자가 아니더라도 다른 곳에서도 구할 수 있는 알려진 자료들이었을 뿐만 아니라, 자신들의 접속으로 인해 서버 장애가 발생했다는 것도 사실 무근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여기까지만 들으면 어떤 쪽이 옳은 걸까요?? 얼핏 들으면 여기어때 측의 의견도 틀린 것은 아닌 것 같긴 한데요. 그렇다고, 공들여 놓은 데이터를 가져갔다는 점이 부당하다고 하는 야놀자 측의 의견 역시 틀렸다고 하기 어려워 보이네요.

 

  이 사건에 대해서 법원 판결도 비슷한 반응입니다. 법원에서는 1심에서는 야놀자 측의 주장에 손을 들어줬습니다. 즉, 여기어때 측에서 부당하게 야놀자 측의 자료를 무단 복제해 가면서 피해를 입혔다는 거겠죠. 따라서, 여기어때 대표에서 징역 1년 2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습니다. 직원들 역시 징역형의 집행유예와 벌금형을 선고 받았죠.

 

  그런데, 여기서 불복하지 않은 여기어때 측에서는 항소를 통해서 진행한 2심에서는 또다른 판결이 나오게 됩니다. 법원에서는 여기어때가 주장한 바처럼 야놀자의 데이터는 누구나 자유롭게 접근 가능한 공개된 정보이고 그 공개된 정보를 크롤링을 이용해서 수집하는게 전혀 문제 될게 없다고 판단을 한거죠. 

 

  또한, 제작자의 권리를 침해한 부분에 대해서도 인정하지 않았는데요. 이는 야놀자가 보유한 숙박업소 정보는 50여개의 항목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여기어때는 이중에서 8개 정도의 항목만 수집했기 때문에, 법원에서는 이 정보가 전체 중 일부일 뿐이고, 영업상 중요한 정보도 아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봤습니다. 결국, 2심에서는 여기 어때가 무죄 판결이 났고 최종적으로 진행된 대법원 판결 역시 문제가 안된다고 최종 확정되었네요.

  사실 이런 사례는 외부에 크게 드러나지 않아서 그렇지, 선두 업체를 후발 업체가 추격하는 과정에서 흔하게 발생하는 경우인데요. 

 

  유사한 사건으로는 부동산 플랫폼의 선두업체인 네이버와 다윈 중개라는 후발업체와의 법정 다툼이 있습니다. 이 역시 네이버 부동산에 올라온 매물 정보를 다윈중개에서 무단으로 수집해서 자사의 사이트에 게시해서 생긴 문제인데, 이 회사는 아직도 법정 다툼으로 결론이 나지 않았다고 합니다.

 

  또 다른 사건으로는 구인구직 플랫폼으로 유명한 잡코리아와 또다른 플랫폼인 사람인 사이에서 발생한 비슷한 유형의 사건이 있는데요. 이 역시 사람인 측에서 잡코리아의 채용공고를 동의 없이 무단으로 활용해서 게시한 것이 문제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재밌는 점은 위의 사건들과는 다르게 이 사건에 관해서는 법원에서는 잡코리아의 손을 들어주게 됩니다. 즉, 사람인 측에서 무단으로 채용공고 정보를 수집해 갔다는 것이죠. 위 사건들과의 차이가 무엇이기에 법원의 판결이 달랐던 걸까요?

  유일한 차이점은 잡코리아가 사람인의 서버 접속을 막으려는 시도를 했다는 점입니다. 이를 위해 잡코리아는 사람인의 접속 IP를 차단을 했지만, 사람인 측에서는 차단을 피해 우회로를 통해서 데이터를 수집해 간 것이죠. 법원은 이렇게 잡코리아가 사람인의 서버 접속을 금지했기 때문에 수집해간 데이터가 공개된 정보라고 볼 수 없고, 이를 수집해 간것은 엄연히 불법 행위로 본 겁니다. 추가적으로 사람인이 데이터를 수집해 간 이후로 잡코리아의 수익이 실제로 많이 감소한 것도 이를 방증하는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이러한 일이 발생하는 이유는 제가 서두에 이야기한 정보가 곧 돈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더불어 인터넷으로 인해 정보가 범람하는 요즘에 제대로 된 정보를 구하는게 점점 더 어려워진다는 것도 이유가 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크롤링을 통한 방대한 정보를 수집해서 필요한 정보만 걸러내어 자신만의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는 일이 더 필요하게 된거죠.

 

  사실, 이 기사를 보면서 조금은 착찹한 기분이 들기도 합니다. 만약, 비슷한 일이 이런 플랫폼 회사들이 아닌 개인에게 발생한다면 어떨까요? 구체적으로, 내 블로그의 포스팅 내용을 다른 사람이 수집해 가서 자신만의 것이것 마냥 한다면.. 법원은 어떤 판결을 내리게 될까요? 보라고 공유한 것이지, 가져가서 베끼라고 공유한 것은 분명 아닌데 말이죠. 

 

  어쨌든 잡코리아의 경우 접속 금지를 통해서 자신의 자산을 지키기 위해서 노력한 것처럼 우리도 자신의 자산을 지키기 위한 노력이 더욱 필요해지는 시기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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