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공급되는 아파트 물량이 예전보다 많이 줄어든 상태인데요. 더이상 공급될 부지가 없는 서울의 경우에는 재개발, 재건축이 아니고는 추가적인 아파트 공급이 어려운 상황입니다. 이런 시점에 단군 이래 최대의 재건축 사업이라 불리는 둔촌주공 재건축사업이 시공사업단과 재건축조합의 갈등으로 인해 표류하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왜 이런 일이 생긴것인지 이번 포스팅에서는 둔촌주공 재건축사업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둔촌주공은 일반분양 4,800여 가구를 포함해 1만2,032가구가 들어서는 국내 최대 규모 재건축사업입니다. 어마어마하죠? 규모가 상상이 되시나요? 보통 1만 가구 정도면 미니신도시급으로 보는데요. 규모의 경제로 인해 커뮤니티부터 웬만한 인프라는 자체적으로 구비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보면 될것 같습니다.
규모를 비교하기 위해서 헬리오시티를 한번 보겠습니다. 헬리오시티는 2018년 12월에 서울 송파구 가락동에 입주한 아파트 단지로써 총 9,510세대의 엄청난 규모를 자랑하는데요. 이 정도 규모의 단지가 입주를 하다보니 입주 당시 이 일대뿐만 아니라 주변 지역까지 전세가가 하락하는 현상을 보일 정도였습니다. 단지 모양은 아래와 같이 8호선 송파역을 시점으로 해서 긴 직사각형 모양을 이루고 있는데요. 보시다시피 가장 뒷단지부터 송파역까지 거리가 거의 1킬로에 달합니다. 그러다 보니, 상권이나 지하철역과의 거리로 인해 뒷단지와 앞단지와의 시세 차이가 1억 이상 난다고 하더군요.
규모가 큰만큼 장점도 많은데요. 먼저, 일직선으로 긴 직사각형의 모양을 이루고 있는데, 녹지가 잘 조성되어 있어서 웬만한 공원 산책로를 걷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답니다. 단지 전체가 거의 공원화 되어 있다고 해도 될 정도네요.
또한, 거주 인원이 많은만큼 상가의 규모도 작은 쇼핑 스트리트 수준입니다. 이 정도 크기는 아니지만, 단지가 큰 만큼 상가 건물이 몇군데로 분산되어 있죠.
오늘 주제가 헬리오시티가 아닌데 불구하고 이처럼 장황하게 이야기를 늘어놓는 이유는 둔촌주공 재건축 단지의 규모가 어떤지에 대해서 체감을 해야 뒤의 설명이 좀 쉬울것 같은데, 둔촌주공을 설명할만한 큰 규모로는 헬리오시티밖에 떠오르지 않아서입니다. 이처럼 9,510세대 규모인 헬리오시티 단지가 이런 모습이라면 12,032가구가 들어서는 둔촌주공은 어떤 모습이 될지 상상이 되시나요?
이제 본질적인 문제로 돌아가서, 이런 입지에서 미니신도시급의 재건축 사업이 시행될 경우 사업비나 건축비는 엄청난 비용이 들어가게 되는데요. 둔촌주공 재건축 사업에서는 앞서 2020년 6월 시공단과 전임 조합 집행부가 기존 계약금액인 2조 6,708억 원에서 3조2,294억 원으로 약 5,600억 원 증액하기로 계약을 맺었는데, 새 조합 집행부가 이를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하면서 갈등이 시작되었습니다. 공사비 증액 계약을 주도한 조합장이 해임된 만큼 이전 조합과 맺은 계약은 법적·절차적으로 문제가 있다는게 현 조합의 주장인데요. 이처럼 공사비 증액 문제를 두고 갈등을 빚던 조합과 시공사업단이 접점을 찾지 못하면서 절반 이상 진행된 대단지 재건축 공사가 중단되는 초유의 사태를 맞이하게 됩니다.
둔춘조공 재건축 현장은 조합과 시공사업단의 갈등으로 지난 달 15일부터 공사가 중단된 상태입니다. 시공사업단은 7월까지 현장에서 운용 중인 타워크레인을 비롯해 건설 중장비를 모두 철거할 계획이어서 공사중단 장기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데요.
이렇게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 공사가 중단된 지 한 달이 지난 가운데 시공사업단(현대건설·HDC현대산업개발·대우건설·롯데건설)이 타워크레인 해체에 돌입했습니다. 시공사업단과 재건축조합의 갈등이 극단으로 치달으면서 이제 둔촌주공 재건축사업은 원래 2023년 8월에 하기로 한 입주 시기조차 가늠하기 어려운 상태가 됐습니다.
둔촌주공 재건축 현장에는 총 57대의 타워크레인이 설치됐는데, 일부 건설사가 먼저 타워크레인 해체 작업에 착수했습니다. 나머지 건설사들도 대여 기간이 이달 말 만료되는 타워크레인 철수 준비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시공사업단에 따르면 공사가 중단되면 중장비 대여료와 유치권 관리 용역비 등을 합쳐 월 150억 원에서 200억 원이 들어가기 때문에 어쩔수 없는 선택인 것으로 보이는데요. 일단 타워크레인이 현장에서 빠지면 그 자체로 공사기간은 최소 6개월 이상 지연된다고 봐야한다는군요. 대규모의 타워크레인들을 다시 임대하는 데 시간이 걸리고 재설치에만 6개월가량 소요되기 때문이죠. 혹시라도 공사재개 시점에 타워크레인 수급 사정이 여의치 않다면 이보다 더 걸릴수도 있는 상황입니다.
업계에서는 대규모 타워크레인들을 다시 날짜를 맞춰놓고 세팅을 하는 게 쉽지 않기 때문에 타워크레인 철거를 두고 사실상 '결별' 수순으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52%의 공정률로 진행된 사업지에서 타워크레인 철거라는 포석을 둔 것은 이례적인 상황인거죠.
타워크레인 철거 문제뿐만 아니라 조합원들 입장에서는 사업비와 이주비 대출 연장 문제에도 직면하게 되었습니다. 사업비 7,000억 원의 대출 만기는 오는 8월, 이주비 대출 1조4,000억 원 만기는 7월인데요. 조합은 24개 금융사로 꾸려진 대주단에 사업비 대출 연장을 요청했으나 대주단은 시공사업단과 조합 간 합의를 이뤄야 연장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시공사업단은 1조 7000억 원 가량의 공사비를 외상으로 진행해왔습니다. 그러나 이 공사비를 충당하기 위해선 시공사업단은 일반 분양 등을 통해 공사비 재원을 마련해야 하지만, 새 조합이 계약을 두고 갈등을 일으키며 일반 분양마저 지연시키는 등 진전이 없자 결국 시공사업단이 공사를 중단하고 유치권을 행사하게 된 것입니다.
새 조합은 공사중단에 따른 대출이자 지원, 이주비 지원 등 시공단의 혜택이 사라지게 되어 매달 막대한 비용의 이자비를 지불해야 할 처지가 되었으며, 공사 지연에 따른 금액 증가는 추후 조합 해산시 청산 금액이 줄어들 수 밖에 없는데요.
둔촌주공은 당초 계획대로면 내년 8월 준공과 함께 입주가 시작돼야 하지만 공사가 멈추며 입주 시점은 물론 일반분양 일정마저 불확실해졌습니다. 이로인해 피해는 고스란히 분양만 기다리는 조합원들이 입게 생긴 상황입니다.
이에 따라, 국토교통부와 서울시, 강동구청이 공사 중단 사태를 빚고 있는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주택재건축정비사업 조합에 대한 합동 실태조사에 나서기로 했습니다.
이 조사의 배경에는 현재 둔촌주공 조합과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는 둔촌주공조합 정상화위원회 등 일부 조합원들이 지속적으로 서울시와 강동구청에 민원을 통해 조합에 대한 실태조사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둔촌주공조합 정상화위원회측은 "시공사업단과의 갈등이 공사비 증액 때문인지 알았는데 실상은 마감재 교체와 특정업체 선정을 놓고 조합이 지난해부터 시공사업단과 줄다리기를 한 것이었다"고 주장하며 "조합의 알수 없는 행동으로 6000명의 조합원들이 피해를 보고 있어 올 3월부터 서울시와 강동구를 대상으로 조합에 대한 실태조사를 요청해왔다"고 밝혔습니다.
주장 내용으로만 보면, 사업비 증액 배경에는 마감재 교체 관련해서 암묵적 거래가 있는 것으로 보여지는 대목이군요. 큰 돈이 오가는 만큼 이런 비리가 없을 수는 없나봅니다. 물론, 제 3자인 우리가 진실을 알 수는 없지만 말이죠.
서울의 입주 물량이 최저치인 가운데, 그 중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던 둔촌주공이 표류하게 됨에 따라서, 서울의 아파트 공급에도 큰 차질이 발생하게 됐습니다. 또한, 대출금 환수와 분담금 증액 등의 문제로 인해 시간이 갈수록 조합원들의 피해가 커져 갈텐데요. 타워크레인이 철거된 후라면 더이상 협상의 여지는 없어보이는 만큼 그전에 양측에서 원만하게 해결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매주 전국 아파트 분양 정보와 그 분양 정보에 따른 청약 경쟁률을 포스팅 하는 입장에서 서울 아파트 분양에 영향을 많이 줄 요소로 보이는 뉴스라 살펴보는 과정에서 여러분과 공유해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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