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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이야기/부동산 상식

깡통 전세 사기, 동시진행 수법과 대책

by 머니블루 2023. 2.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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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깡통 전세 사기가 지속적으로 회자되고, 정부에서 깡통 전세에 대한 조사에 착수하여 엄중 처벌한다는 방침을 발표했습니다. 더불어 전세사기 피해 방지방안까지 발표했는데요. 이번 포스팅에서는 이러한 깡통 전세 중에서도 동시진행이란 방법으로 어떻게 진행되는지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깡통 전세 사기와 동시진행 수법

 

 

 동시진행의 개념

 

  최근 논란이 된 전세 사기 구조를 이해하려면 이 논란의 중심에 있는 '동시진행'의 이해가 먼저 필요합니다. 동시진행이란 아파트에 비해 매매가 어려운 빌라 같은 다세대 주택을 팔기 위해 고안된 분양 기법인데요. 수년 전부터 서울 강서구 일대에서 선보인 이후 법망을 교묘히 피해가는 데다 무엇보다 효과도 좋아서 지금은 전국으로 퍼졌다는 게  정설입니다.

 

  구조적으로만 본다면, 매매가보다 전세가를 더 높이 받아서 플피가 되는 갭투자와 유사합니다. 하지만, 수수료를 챙기는 컨설팅 업자가 끼어들어서 거품이 생긴다는 점과 명의를 빌려줌으로써 또다른 피해자가 되는 바지사장이 존재한다는 것이 다른 차이점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동시진행의 절차

 

  동시진행은 세입자 전세금으로 분양대금을 치르는 걸 말합니다. 이 부분만 본다면 갭투자와 비슷합니다. 기존에 세입자가 있는 집을 차액만큼 본인 투자금을 들여 하는 갭투자도 있지만, 동시진행은 계약만료 기간에 맞춰서 새롭게 임차인을 들여서 전세금으로 잔금을 치루는 갭투자와 유사하죠.

 

  그런데, 과정을 보면 일반적인 갭투자와는 조금 다른 모습입니다. 그 과정은 다음과 같이 진행됩니다. 

 

분양이 잘 되지 않는 빌라가 있습니다. 건축주는 집이 팔리지 않아서 걱정을 하게 되죠.

 

이런 빌라를 대상으로 분양 컨설팅 업자가 접근해서 건축주가 내놓은 분양가격 3억 원보다 비싼 3억5,000만 원에 팔아줄 테니 차액 5,000만 원을 수수료로 가져가겠다고 제안합니다. 건축주 입장에서는 추가로 돈을 지불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손해볼 것이 없습니다. 당연히 거절할 이유가 없죠.


③ 컨설팅 업자는 주변 시세보다 높은 가격으로 전세를 놓습니다. 빌라 자체도 시세가 들쑥날쑥인데다가 신축 일 경우에는 매매 시세란 게 없으니 주변의 허름한 빌라들을 보러 왔던 사회초년생이나 신혼부부의 경우에는 시세에 대한 판단이 쉽지 않기 때문에 번듯한 빌라의 내·외관에  혹해서 계약하게 됩니다.

 

④ 마지막 단계는 빌라 명의를 건축주에서 바지 사장으로 넘기는 것입니다. 시세보다 높은 전세를 놨기 때문에 계약 만료 시점인 2년 뒤에는 건축주가 전세금을 되돌려야 줘야 하는데, 이때는 어느 정도 시세가 주변 빌라에 맞춰서 형성되기 때문에 같은 가격으로 새롭게 전세를 놓기는 힘듭니다.

 

  그래서, 이 전세금을 돌려줄 호구가 필요한 셈인데요. 중개업자와 컨설팅업자는 명의에 대한 수수료나 적은 투자금에 따른 시세차익 등을 내세워 새로운 집주인을 끌어들여 명의를 넘기게 됩니다. 이를 '바지 사장'이라고 하는데요. 일반적으로 노숙자처럼 명의만 남은 사람이거나, 플피나 무피 등에 현혹된 초보 투자자들입니다. 추가로 돈을 들이지 않는 무자금 갭투자로 빌라를 사들이고, 2년 뒤 시세차익을 거두고 빠지면 된다는 컨설팅 업자 말에 속아넘어 간 경우인데요. 컨설팅 업자가 취득세 뿐만 아니라 300만 원가량 지원금까지 주니 솔깃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와 같은 동시진행 마지막 단계에서는 '바지 사장'으로 만들 명의만 확보해 컨설팅 업체에 돈을 받고 넘기는 전문업체도 있습니다. 이들 명의자의 대부분 무주택이면서 경제적으로 힘든 사람들입니다. 이런 무주택자 명의를 넘기면 컨설팅 업체에서 대략 300~500만 원의 수수료를 받습니다.

 

  이렇게  전세 세입자가 3억5,000만 원에 입주하면 건축주는 원하는 분양가 3억 원을 받게 되고, 컨설팅업자는 기존에 약속한 수수료로 5,000만 원을 챙기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컨설팅업자 뿐만 아니라 현란한 말솜씨로 전세 세입자를 데려오기 위한 중개업자나, 시세를 조작하기 위한 감정평가사 등이 개입하기도 합니다. 결국 컨설팅 업체가 챙기는 수수료 중 일부는 전세 세입자를 구해 준 중개업소, 바지 집주인을 찾아준 명의 대여업체, 전셋값을 올리기 위해 감정가를 뻥튀기해준 감정평가사 등에게 골고루 흘러들어가게 됩니다.

 

  결과적으로 계약 만료가 되는 2년 후가 되면, 시세보다 높은 전세금으로는 새로운 세입자를 받기 어려워집니다. 그렇게 되면 경제력이 없는 바지 사장은 전세보증금을 돌려줄 수가 없게 되고, 이는 고스란히 기존 세입자의 피해로 이어지게 됩니다. 결국 '빌라왕 전세 사기'처럼 경매로 넘어가는 결말이 되고 마는데요.  바지 사장도 마지막에는 피의자이면서 또다른 피해자인 셈이죠.

 

 

 동시진행이 성립되는 이유

 

  이처럼 동시진행과 같은 수법은 깡통 전세 사기가 발생하는 근본적인 이유를 생각해보면, 빌라의 불투명한 시세 때문입니다. 빌라의 경우는 같은 지역에 여러 주택이 나란히 있어도 연식이나 크기와 모양 건축 자재, 엘리베이터 유무 등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가격이 천차만별입니다. 특히, 신축빌라의 경우는 이전 매매 기록 등을 통한 시세가 전혀 없기 때문에 동시진행의 대상이 되기 쉽습니다. 부동산 투자 경험이 어느 정도 있으신 분들도 시세 파악이 쉽지 않아서 빌라 투자는 다들 어렵다고 하실 정도입니다.

 

  아파트의 경우에는 분양 당시부터 국가에서 통제하는 분양가가 공개되어 있고, 주변 아파트 단지와도 비교가 쉬운 편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전세 사기에서 자유로운 편입니다. 물론, 일부 구축 아파트에서도 매매가보다 전세가가 높은 깡통 전세가 발생하곤 합니다. 그런데, 동시 진행과의 차이라면 동시 진행에서는 감정평가사나 중개사를 통해서 전세가를 이미 부풀린 상태에서 임차인이 시세도 잘 모르는 상태인데 반해 아파트는 수요와 공급에 따라서 세입자가 높은 가격을 인지하고 임차를 한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면, 회사와 가깝고 학군도 좋은 아파트가 있습니다. 그래서 수요가 늘 많은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명의 문제나 또는 부동산 시장 경기가 좋지 않아서 집값 하락을 걱정하는 사람들은 그냥 집을 사지 않고 전세로 눌러앉습니다.  집값보다 전세값이 더 높다는 걸 알고서도 말이죠. 심지어는 집주인이 집을 처분하기 위해서 매매가보다 높은 전세를 살고 있는 세입자에게 집을 사라고 해도 그냥 전세로 머무른다는 거죠. 보통 이 경우는 일시적인 경우가 많아서 대부분은 매매가가 전세가를 추월하게 됩니다.  

 

  또다른 원인으로 꼽을 수 있는 것은 HUG 보증 제도입니다. 아이러니 하게도 임차인을 보호하기 위해 만든 수단이 전세 사기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는 경우죠. 현재 HUG는 전셋값이 공시가의 150% 이내면 전세보증을 해주고 있습니다. 가령 공시가가 1억5,000만 원이면 전셋값 2억3,000만 원까지 보증 가입이 허용되는 것이죠. 이는 보증 대상을 넓힘으로써 세입자에게 더 많은 혜택을 주려고 하는 것이 취지겠지만, 문제는 웬만한 빌라는 공시가 150%를 적용하면 전세가가 매매가를 넘어서는 경우가 심심치 않게 발생한다는 것이죠.

 

  임차인의 입장에서 바지 사장을 구분하기 어렵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는데요. 우리나라 법 제도 하에서는 임대인이 스스로 밝히지 않는 이상 임대인의 대출과 같은 근저당 채무나 세금 체납과 같은 임대인의 신상을 임대인의 동의없이는 알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세입자 입장에서는 집주인이 기분 상할까봐 대놓고 물어보지도 못하기 때문에 그냥 흐지부지 넘어가는게 보통입니다.

 

 

 전세사기를 막기 위한 정책

 

  이처럼 불투명한 시세와 보증 제도의 허점을 이용한 전세 사기가 '빌라왕', '빌라의신'과 같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자, 정부에서는 이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2월초에 전세사기 예방 대책을 발표했었습니다. 이미 연이은 전세보증금 사고로 문제가 커진 가운데 발표된 대책이라 뒷북이 아니냐는 말도 많았었는데요. 그래도 내용을 살펴보면 앞으로의 전세 사기 방지 대책으로는 유용할 것 같습니다.

  여러가지 내용 중에서 위에서 말한 동시진행 수법과 연관된 내용은 3가지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1. 공시가·실거래가 없을 경우 지정기관 통한 감정가 허용

 

  동시진행과 같은 전세 사기에는 중개사와 컨설팅업자 뿐만 아니라 감정평가사까지도 동원되기도 합니다. 원래 시세가 없는 신축빌라이다 보니, 감정평가사의 감정가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데 그런 감정평가사가 시세 조작에 가담하기 때문에 세입자로서는 속수무책일 수 밖에 없죠. 따라서, 이 경우에는 신뢰할 수 있는 지정기관을 통해서 감정가를 책정하여 시세 조작을 막을 수 있습니다. 

 

2. 전세보증 기준을 '전세가율 100%'에서 '전세가율 90%'로 강화

 

  아파트는 2015년 5월, 빌라는 2017년 2월부터 HUG의 전세가율 기준이 100%로 상향됐었습니다. 이 때문에 전세가와 매매가가 같아도 전세보증 가입이 허용되어 왔었습니다. 

  위의 공시가 150%와 조금 헷갈리실수 있는데요. 예를 들면, 어떤 빌라의 전세가는 2억6,000만 원인데, 이 빌라의 공시가격이 1억8,600만 원입니다. 그런데, 집주인이 '공시가 140%'에 맞춰 시세를 산정한 뒤 최대(전세가율 100%)로 전셋값을 높이는게 가능했기 때문에 전세 사기 수법으로 악용되었던 것이기 때문에 전세가율을 90%으로만 낮춰도 상당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3. 안심전세앱을 통한 시세와 집주인 이력 확인

 

  위에서 말씀드렸듯이 전세 사기의 가장 큰 원인이 아무래도 불투명한 시세입니다. 따라서, 정부에서는 안심전세앱을 서비스하여 해당 지역의 빌라에 대한 시세를 확인하기 쉽게 하고, 더 나아가 집주인의 세금 체납이나 채무 관계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합니다. 다만, 집주인의 신상 관련해서는 개인정보 공개 문제가 있어서 법안으로 통과되기까지는 시간이 좀 걸릴 것 같네요.

 


 

  이상으로 전세 사기 수법인 동시진행의 의미와 과정 등에 대해서 알아봤습니다. 중개사와 감정평가사, 컨설팅업자까지 한통속이라면 세입자 하나를 바보로 만드는건 일도 아닌 것 같아서 조금 무섭기도 합니다. 하지만, 피해자인 세입자 측면에서도 너무 건물의 내외관이나 조건 등에 현혹되지 말고 조금만 더 알아봤더라면 이런 사기 수법에 걸리지 않았을텐데 하는 안타까움도 있습니다.

  제시된 대책 방안이 법안을 통과해야 해서 당장 시행되기 어려운 부분도 있지만, 뒤늦게라도 전세 사기 피해가 방지될 수 있다는 것은 긍정적으로 보고 싶네요. 앞으로는 '빌라왕','건축왕', '빌라의신' 같은 소리가 안들렸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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