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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양시장 한파 오나, '줍줍' 증가세 심상치 않아...

by 머니블루 2022. 2.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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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동산 매매 시장에 이어 신규 분양 시장에서도 한파가 이어지고 있다. 최근 3개월(작년 11월~올해 1월) 동안 계약자를 찾지 못해 자격 조건 없이 청약자를 다시 모집하는 무순위 청약 물량이 매달 1,000가구 이상 쏟아져나온 것으로 집계됐다. 지방 비인기 단지 위주로 나오던 이른바 '줍줍'(무순위 청약)이 서울 도심과 인천 송도, 경기 수원 등 주택 수요자의 선호도가 높은 수도권 '알짜 입지'까지 확대되고 있다.

  4일 부동산 정보업체 직방에 따르면 지난 1월 전국 31개 단지에서 무순위 청약에 대한 입주자 모집공고가 나왔고 이들 단지에서 계약자를 찾지 못한 물량은 총 1,332가구로 집계됐다.

 

 

  '줍줍'으로 불리는 무순위 청약은 정당계약을 한 이후 계약 취소, 해지 물량이나 미분양 물량에 대해 진행된다. 지난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수도권 등 일부 아파트 분양 무순위 청약에 사람들이 몰리면서 쇼핑하듯 무순위 물량을 쓸어 담아갔다. 줍줍이라는 말도 그런 의미에서 나왔다. 하지만 집값이 고점이라는 인식이 번지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의 강력한 대출규제까지 겹치면서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주택 수요자들의 계약 포기가 잇따르고 있다.

 

  당첨된 뒤 세입자를 구해 넣거나 6개월(비규제 지역 기준)을 버틴 뒤 분양권을 전매하는 방식으로 차익을 실현했는데,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사실상 활로를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무순위 청약 물량은 지난해 8월 817가구(18개 단지), 9월 828가구(22개 단지), 10 591가구(23개 단지)를 기록했지만 대출 규제 여파로 시장이 급랭하기 시작한 11월부터 크게 늘어나고 있다. 실제로 작년 11 1031가구(31개 단지), 12 1,160가구(31개 단지)에 이어 올해 1월에도 3개월 연속으로 1,000가구를 넘어섰다.

 

  수도권에서 아파트 청약을 진행하고 있는 분양업계 관계자는 "최근 입지 여건이 떨어지거나 계약금이 비싼 곳을 중심으로 계약자를 채우지 못해 무순위 청약을 진행하는 단지가 늘어나고 있어 시장 동향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거주 의무와 전매 규제 등으로 분양 이후 주택을 처분하기 어려워졌다는 점도 큰 요인으로 꼽힌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서 묻지 마 청약에 나섰다가 계약을 포기하는 사례가 줄을 잇고 있다.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가 꺾이면서 가격 고점에 대한 인식이 분양시장으로 전이되고 있기 때문이다. 시세보다 싼 가격에 분양하는 신축 아파트를 잡으면 입지와 상관없이 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가 꺾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매매와 전세 시장까지 얼어붙으면서 '선당후곰(청약에 당첨된 뒤 고민하며 버티고 보자)' 전략으로 청약시장에 임했던 이들이 대거 낭패를 보고 있다.

연초 이후 무순위 청약을 진행한 주요 아파트 단지
연초 이후 무순위 청약을 진행한 주요 아파트 단지

   서울 지역에서 무순위 청약이 나오는 단지는 100가구 이하의 소단지로 주택 수요자들의 선호도가 상대적으로 덜한 곳이지만 인천과 수도권을 중심으로는 본청약에서 수십 대 1을 기록하고도 무순위 청약을 진행한 사례가 나오고 있다. 투기과열지구에서는 모집 가구 수의 500%, 그 외 지역에서는 300%까지 예비 당첨자를 뽑는데, 순번을 다 돌고도 계약자를 찾지 못한 것이다.


  지난해 11월 1순위 청약에서 2만4057명이 몰리며 평균 15.7대1의 경쟁률을 기록한 인천 송도자이 더 스타가 대표적인 사례다. 이 단지는 총 공급물량의 35%인 530가구에서 미계약분이 발생했고, 예비 당첨자 대상 추가 계약까지 진행했으나 아직도 84가구가 입주자를 찾지 못했다. 지난 3일 진행한 무순위 청약에서 이 단지는 9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지만 실제 계약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아파트 단지는 '줍줍' 물량이 거의 나오지 않았지만 시장 상황이 급랭하면서 미분양 물량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실제 정부가 파악하는 미분양 물량도 지난해 말 큰 폭으로 늘어났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전국의 미분양 주택은 전달(1만 4094가구)보다 25.7% 증가한 1만7710가구로 집계됐다. 전국 미분양 주택 수는 지난해 9월 1만3842가구로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최저치를 기록한 뒤 3개월 연속 상승했다.
  
  전문가들은 '묻지 마 청약' 흐름이 완연히 꺾일 것으로 전망한다. 정부의 가계대출 규제로 자금 여력이 안 되는 수요자들에게는 분양 문턱이 더 높아질 전망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분양시장에 공급 충격도 예상된다. 미분양 물량이 쌓이는 가운데 경기 지역에는 역대 최다 분양 물량(2월 기준)이 대기하고 있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이달 경기에서 분양 예정인 아파트 물량은 16개 단지 1만4317가구(임대 제외)다. 이는 관련 집계가 시작된 2000년 이후 역대 최다 물량이다.

  이처럼 대거 물량이 쏟아지는 이유로는 대선 이슈가 꼽힌다. 부동산 정책의 변동성과 불확실성이 커질 것이라는 판단과 함께 위험을 피해 공급 시점을 앞당기고 있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분양시장에서 둔촌주공이나 이문1·3구역 등과 같은 핵심 지역이 분양을 앞둔 상황에 가점이 높은 수요자들 중심으로 핵심 지역이 아닌 지역을 건너뛰는 모습을 보이는 등 '똘똘한 청약' 현상이 심화하는 등 양극화가 빨라질 것으로 예상한다.

 

  분양시장과 더불어 주택 매매 시장도 거래 한파가 확산되고 있다. 이날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주택 거래량은 5만3774건으로 2008년 이후 13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특히 지난달 서울 아파트 거래는 1,634건으로 직전 5년 평균치 대비 81.2%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거래 절벽 상황에서 매수심리까지 급격히 얼어붙으면서 집값 하락 추세도 이어지고 있다. 이날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월 5주(지난달 31일 기준) 수도권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전주 대비 0.02% 하락했다. 수도권 아파트 가격이 하락 전환한 것은 2019년 7월 22일(-0.02%) 이후 2년6개월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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